총명탕, 두뇌에 좋을까? 오해와 진실
아직도 총명탕을 '성적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 한약'으로 굳게 믿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총명탕 약발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더 비싸고, 강하고 좋은 약재들을 사용하여 지어 먹이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잘못된 오해 때문에 애꿎은 한약사와 자녀들만 괴로워지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과 달리, 총명탕은 성적을 오르게 해주는 마법의 묘약이 아닙니다.
총명탕에 관한 오해, 첫번째
총명탕을 먹으면 머리가 똑똑해질까
<동의보감> 내경편에서는 ‘총명탕을 오래 먹으면 다망 (多忘:건망증)을 치료하며 매일 천마디의 말을 기억한다’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의부전록에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다망을 치료한다' 라고도 서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총명탕은 건망증과 기억력 감퇴를 치료하는 보약입니다. 그렇다면 총명탕을 먹으면 자녀들이 획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라면 IQ 수치에 변화가 생기거나 암기력이 증진되거나 성적 향상에 효과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동의보감>은 도교적 성향이 강한 의서이므로 그 내용에 특유의 과장법이 섞여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 이야기하는 ‘총명탕’은 건망증을 치료하는 13가지 처방 중 한 가지입니다. 그 중에는 공자처럼 똑똑해져 대성할 수 있다는 뜻의 ‘공자대성침중방’이라는 처방도 있을 정도입니다. 아마도 동의보감을 편찬한 허준 선생님은 요즘 흔히 말하는 ‘네이밍’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암기력 향상이나 아이큐 향상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습니다.
총명탕에 관한 오해, 두번째
학습증진 보다는 건강증진 기능
자녀에게 총명탕을 먹이기 전에, 어떤 약재가 들어가며 효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총명탕에 들어가는 약재는 백복신, 원지, 석창포, 생강 이렇게 네 가지로 비교적 간단합니다. 백복신은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켜주는 약재이며, 심장이 허약해서 잘 놀라는 사람이 먹으면 좋습니다. 원지와 석창포는 우울증, 불면증, 불안증을 해소해주는 약재로 쓰이며 생강은 주로 소화기능을 개선해주는 데에 쓰이는 약재입니다. 생강의 효능은 다들 알다시피 소화와 혈액순환을 돕습니다.
아무리 뜯어봐도 수험생이 학습증진을 위해 먹는 약은 아닙니다. 한 마디로 총명탕의 원래 목적은 건망증이 심한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지 정상적인 사람이 먹어서는 효과가 없습니다. 자녀가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도한 긴장으로 두통, 어깨결림, 소화불량 등 증세가 있을 때 먹이면 효과가 있지, 성적이 향상되는 약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무분별한 복용보다는 체질에 맞게
총명탕이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아셨을겁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자녀가 피로감을 느끼거나 체력이 떨어진다면 때에 맞게 총명탕을 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복용법입니다. 절대 무분별한 복용은 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건강을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개인의 체질에 맞게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입니다.
총명탕에 관한 진실, 두번째
당신의 자녀에게는 총명탕보다 꿈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부모의 결정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됩니다. 학교, 학원 심지어 꿈마저 그렇습니다. 혹은 꿈은 생각해보지 않은 채 수능을 보고 점수에 맞춰 삶까지 맞춰버립니다. 이렇듯 꿈과 목표가 없는 아이에겐 총명해지는 총명탕을 준다고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수학문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남은 긴긴 인생에서 어떤 걸 하면 행복할지 고민하도록 부모님께서 시간을 주시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문제는 총명탕이 아니라 학습 자체의 본질에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다’라는 문구를 내세운 한 침대 회사의 CF는 많은 어린 아이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목소리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이는 본질을 잘못 파악한 데에서 일어난 일화였습니다. 총명탕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리가 좋아지지도 않는 총명탕을 굳이 억지로 먹일 이유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총명탕의 본질은 기억력 치료에 도움이 되는 한약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총명탕에서 성적 향상을 기대하기 보다는 자녀의 건강을 챙겨주는 보조역할로만 인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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